일본 사람들의 서비스 정신
일본에서 살면서 감탄한 것 중에 하나! 바로 서비스정신인데요.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간이든 쓸개든 다 빼줄 것처럼 보입니다. 식당에서 지불하는 음식값에 당연히 서비스료까지 포합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 그래서 그런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고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진정한 서비스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이런 마인드는 식당이나 상점뿐만이 아니고 관공서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얼마 전에 은행에 통장을 만들려고 갔다가 황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 한번 감탄을 하고 말았습니다.
【일본 은행의 서비스 정신】
▲ 미즈호 은행, 일본의 메이저 은행 중 하나입니다.
통장을 개설하러 오전에 은행에 갔습니다. 간단히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대기표를 뽑고 5분 정도 기다렸더니 부르더군요. 은행원의 설명을 들으며 추가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뭔가 미안한 얼굴로 저에게 오더니 제 재류카드(일본에 사는 외국인들은 재류기간이 적힌 카드를 발급 받습니다.)에 과거 이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통장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제가 일본에 온 지 8년째인데 재류카드는 올해에 새로 발급을 받아서 제가 일본에 오래 살았다는 게 증명이 안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재류카드에는 새로 발급받은 올해부터 5년 동안 일본에 거주할 수 있다는 내용만 적혀있으니 은행원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여권을 가져오면 처음 일본에 건너온 날짜가 확인이 가능하니 다음에 여권을 가지고 다시 한번 와달라고 하더군요.
약 1시간 정도를 허비한 생각을 하니 짜증이 좀 났습니다. “아니 그럼 처음에 재류카드를 줬을 때 확인을 했어야지!”라는 말이 바로 턱밑까지 올라왔는데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난 지금 너에게 엄청 미안해하고 있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은행원을 보니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작성했던 서류만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왔습니다.
하시루켄 : 여보세요.
은행원 : 미즈호 은행입니다. 좀 전에 다녀가셨던 하시루켄님 맞으시죠?
하시루켄 : 네... 그런데요?
은행원 : 혹시 벌써 은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시나요?
하시루켄 : 네, 집에 돌아왔는데요.
은행원 :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좀 전에 가져가신 서류에 저희들의 실수로 외부로 유출이 되면 안 되는 서류가 끼어있었습니다.
하시루켄 : 네...(설마 나더러 가지고 오라는 건 아니겠지?)
은행원 : 죄송하지만 댁으로 서류를 받으러 가도 되겠습니까? 중요한 서류라서요.
하시루켄 :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이미 한 시간여를 허비하고도 통장을 못 만들고 온 저는 짜증이 많이 나 있는 상태였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니 어이가 없더군요. 소심한 성격이라 화도 잘 못 내는데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그냥 한소리 해버려?”이러고 고민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습니다. 그들이 온거죠.
문을 여니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있는 은행원이 보였습니다.(여기서 살짝 화가 사그라들고...) 몇 번이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사과의 의미라면서 뭔가를 또 내놓더군요.(여기서 화는 완전히 풀림 ^^ 역시 선물의 힘이란∼)
▲ 은행에서 주고 간 선물
▲ 크린랩, 타올, 물티슈 등등...
서류를 돌려주고 은행원은 돌아갔습니다.
선물은 별거는 아니었습니다. 타올, 티슈, 물수건... 은행에서 흔히 사은품으로 주는 것들이죠. 선물보다는 그들의 자세가 인상 깊이 남았습니다. 현관 문을 열었을 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 아마 일드를 보신 분들이면 아실 거에요. 어떤 느낌인지... “스미마셍!”이러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는데 오히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오모이야리”라고 하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인데요. 일본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일단 여기서 과거 역사는 묻지 않기로 하구요) 그런 오모이야리 정신이 몸에 베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이런 대처가 가능한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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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짜증났는데 선물에서 확 풀어졌어요. ㅎㅎㅎ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문 열기전까지는 한마디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뭐가 들려있길래 그 말이 쏙 들어갔네요. ㅎㅎㅎ
여기라면 한번 더 오셔야 합니다 라고 했을텐데.... 서비스 정신은 일본이 최고인거 같아요.
근데 선물은 진짜 별거 아니네요.
저라면 아무리 사과를 해도 따끔하게 한소리...... 절대 못하고,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했을거에요.ㅎㅎ
잘못을 했으면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 말을 못하는 사람이 나쁘지, 사과하는 사람이 나쁜건 아니니깐요.
그쵸? 바로바로 사과해서 그나마 일이 커지지 않는거 같아요.
예전에 학창시절에 일본 KFC에서 알바할때도 뭐가 사건이 있었는데
점장이 선물들고 집으로 직접 찾아가더라구요.
이런게 일본 문화인가 봐요.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는...
제가 일본에 대해 읽은 책에서는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그렇게 부담스러워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배려도 자기가 하는 경향이 있다고 읽었는데, 아무튼 일본의 서비스는 대단합니다.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군요.
맞아요. 도움받는것도 부담스러워하고 피해를 주는것도 극히 꺼려하죠. 그래서 서로 서로 더 조심하는거 같아요.
서비스는 정말 세심한 것 같아요.
제가 오사카 갔을 때도 백화점이건 작은 식당이건 정중하게 배려받는 느낌이었거든요.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살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관광하는 동안에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
백화점 가셨으면 이랏샤이마세! 이 코맹맹이 소리도 자주 들으셨겠네요. 정말 간드러지죠. ㅎㅎㅎ
서비스 하나는 정말 알아줘야 할 것 같아요.
일본의 서비스는 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저런 상황에서는 대충 그냥 미안하다고 얘길하고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마음이 금방 풀릴 것 같아요.
네 한방에 풀렸어요. 특히 선물을 보고 말이죠. ㅎㅎㅎ
첨에는 일본의 서비스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친절히 안하면 일본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들에게는 부담스러우리만치 공손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있죠. 그게 사적인 관계에서도 보여지고요.
일본인 친구가 있었는데, 깊이 사귀는 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맞아요. 친국 사귀기 쉽지않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것 같아요.
만나면 참 친절한데 속 마음은 아직 가깝지 않다는...
비밀댓글입니다
맞아요.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배울건 배워야죠^^